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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의 시나리오 (옥주현 난조와 원인)

  • セオリー

이 이야기는 제가 2021년  6월 당시에 제가 옥주현 배우의 공연 난조 소식을 듣고, 난조의 원인의 몇 가지 중 가장 가능성인 높다고 생각했던 시나리오입니다.  

그 때 의료진 중에 한 분이 옥주현 배우가 추후 공연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 상의 해 와서 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워밍업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필요하다면 배우의 워밍업을 돕겠다는 뜻을 전달 했었습니다.

배우 측에서 일단은 휴식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한 것 같아서, 아쉽게도 워밍업을 도울 수는 없었지만, 아쉬운대로 그 때 생각했던 저의 시나리오를 여러분께 공유 해 볼까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서!

오랜 무대경험과 뛰어난 경력을 자랑하는 가수도, 갑자기 무대에서 노래를 망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발성운동도 결국 우리 뇌에 의해서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뇌라는 녀석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의 생존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가장 많은 집중을 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가 안전하게 생존하도록 하는 게 뇌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임무입니다.  설령 여태 잘 연습하고 준비했던 퍼포먼스가 발휘되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우리의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망쳐버리기도 합니다.

가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무대 전 또는 도중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뇌는 이를 바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반응이 바로 교감신경에 의한  “투쟁-도피” 반응과 부교감 신경에 의한 “경직”  반응입니다.

이 녀석들이 가창과 발성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성대를 조절하는 근육들은 부교감 신경인 미주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우선 교감 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 되면, 근육은 긴장하고 심장 박동과 협압이 상승하고 호흡을 가빨라지면 불규칙해지는 데 이때 후두주변의 근육들은 과하게 긴장하게 되고 의도치 않은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일정한 호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반면에 부교감 신경 중에 배측 미주신경 (Dorsal Vagal)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앞서 이야기한 “경직” 반응이 일어납니다. 위협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크게 느껴지면 몸이 얼어붙어 버리게 되는거죠. 

결국 두 반응 모두 발성을 조절하는 부교감 신경의 미주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 해 버리면서 평소과 같은 발성 조절은 매우 어렵게 되어 버립니다!

아래는 2023년 12월 옥주현 배우가 방송에서 그 날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한 내용입니다.

위키드’라는 작품을 하면서 1막 마지막에 공중으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날 옷과 소품이 엉켜서 와이어 장치의 ‘딸깍’ 소리를 못 들었다. 와이어 장치에 의지를 못 하게 됐으니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점점 가래 같은 게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2막 2장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공연을 망쳤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공중에서 와이어의 의지한 체 노래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안전 장치인 와이어에 의지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그녀의 신체와 뇌가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트리거라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급성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느꼈다고 하는 데, 실제로 스트레스나 두려움 그리고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급성 위산역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트리거는 급성 역류성 식도염이 아니였을 겁니다.

당시에는 “급성 역류성 식도염”이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 트리거로 배우에게 인식된 것 같은 데,  제 개인적으로는 와이어의 문제로 인해 유발된 불안과 두려움이 신체의 위협반응을 일으킨 것이 퍼포먼스에 악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트리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추가적으로 급성으로 위산 역류가 일어난 것도 또한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을 것이구요.  

(너무 맘대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구요?  어차피 이건 저의 시나리오니까 ㅎ 일단 제 맘대로~)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추후에 안정적으로 공연을 하기 위해서 적용할 워밍업이나 훈련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트리거에 무엇이었느냐는 저에겐 꽤 중요한 부분입니다 ㅎ

그리고 이때 공연이 부산에서 열린 지방 공연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평소 그녀의 루틴에도 변화가 생겼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변화 또한 신체가 위협 반응을 일으키는 데 잠재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뇌는 항상 일상 생활 안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예측하고 패턴을 찾으려고 합니다. 평소와 다른 새로운 이벤트는 뇌의 입장에선 예측하지 못한,  경계해야 할 일이니까요.

지방공연이라는 특성 또한 중요한 요소

평소 자신의 생활 사이클과 다른 환경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위협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퍼포먼스의 질을 떨어 트릴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충분하지 않은 수면, 섭생의 변화, 스트레스, 연습의 부족, 부상, 잦은 이동 등도 누적되면, 위협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방 공연의 특성 상 아마도 배우의 생활 리듬에서 불가피하게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고, 이런 요소들이 비록 트리거는 아니지만 위협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였을 것 같습니다.

위의 내용들이 위협적인 상황으로 인해 말초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이야기 였지만, 그와 더불에 중추 신경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습니다.

우선 다시 옥주현 배우의 인터뷰를 보죠,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괴물소리로 갑작스레 180도 변한 상태로 공연을 끝내기를 반복, 드디어 마지막 부산 공연이 큰 긴장 속에서 시작됐다”며 “‘I am Not That Girl’ 부터 또다시 시작된 호흡 확장에 불가능한 증상이 감지됐고 그 생각이 들자 패닉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숨을 크게 확장해서 들이마시려 해도 들숨이 쉬어지지 않고 왼쪽 신경•감각이 콧구멍 귓구멍 뒷목 앞목 포함해 모두 굳어지는걸 느꼈습니다.

목소리와 발성이 평소와 달리 조절이 되지 않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패닉 상황에 빠지게 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하게 되면서 우리의 뇌 또한 과도한 경게 상태로 돌입합니다.  

” 평소와 달리 괴물소리가 나오고 호흡 또한 조절이 되지 않아..” 라고 배우 스스로 자각한 동시에 뇌에서는 “지금 뭔가 잘못되고 있어!  이건 뭔가 위험한 일이야… 어서 뭐가 잘못되고 있는 확인해 봐!! ” 하면서 걱정과 불안이 점점 높아지며,  배우의 의도한 발성과는 다른 소리가 계속 나올 때마다 이런 불안은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이미 그녀의 뇌는 발성을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였을 겁니다.

이러한 불안과 함께 과도하게 자신의 감각과 퍼포먼스를 모니터링 하게 되면 발성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데 중요한 전두엽은 지나치게 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성대와 조음기관의 운동 명령을 내리는 데 필요한 운동피질의 자원이 고갈되면서 발성 또한 제대로 조절되기 어렵게 됩니다.  

즉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조절하던 목소리를 맘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기통제감을 상실한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은 단 한번 경험하는 것만으로, 우리 뇌가 비슷한 상황에 높이게 되면 다시 그러한 위협반응이 일어나기 쉽도록 프로그래밍을 해 버린다는 점입니다.  한번의 강력한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죠.  그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 한번의 경험이 심리적으로 그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 지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부산에서 그 사고가 있던 날부터 남은 공연동안 내내 ‘괜찮아, 괜찮아야 하고, 너, 그 불안함 버려 정신차려!‘ 다그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라는 사람은, 은근 꽤 많이 쫄보. 겁먹은 옥주현은 그저 한없이 약한 인간이었던거구나, 하며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달래는 시간을 가져야하겠다- 는 결론을 얻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 은행 일을 볼 때,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식당에 가서도 “이제 몸은 괜찮으세요? 목은 괜찮으세요?” 나는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 걱정을 해주시는데 그게 참 감사하지만 그 당시에는 왠지 모르게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당시 저는 그녀를 위해 특별한 보컬 워밍업과 훈련을 생각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난 뒤에는 훈련방식이나 워밍업을 접근하는 방법 또한 달려져야 합니다.  당시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준비했던 워밍업과 훈련방법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위산 역류와 긴장된 성대 사용으로 인해, 성대 점막을 부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평소 그녀가 하는 워밍업과 달리 성대를 보다 부드럽고 무리없게 진동시키는 것과 함께 불필요한 긴장을 덜어냄과 동시에 호기를 길게 가져가는 엑서사이즈들 위주로 훈련을 구성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훈련은 미주신경의 복측 미주신경 (Ventral Vagal)을 활성화 시켜서 신체의 생리적인 상태를 안정시켜 주어서 두려움과 불안함을 해소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추후의 훈련에서는 앞으로 비슷한 조건에서 퍼포먼스를 하게 되더라도, 위협반응이 나타나면서 그녀의 퍼포먼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도록 하는 훈련 환경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그와 비슷한 위험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면역이 생길 수 있는 훈련을 디자인 했을 겁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계획이었지만 말입니다.  ( 뭐 어떻습니까 ㅎ  어차피 이건 저의 시나리오니까  ㅎ 제 마음대로~)

그 외에 임시적이지만 즉각적인 방법으로는..

베타 수용체 차단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베타차단제는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 되면서 투쟁-도피 반응 준비시키는 아드레날린을 차단하고 혈압과 맥박을 안정 시켜주는 동시에, 걱정과 불안한 생각이 반복되는 것을 끊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말을 하니 마치 내가 약사라도 된 것 같군요.. 하지만 전 그냥 보컬코치 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시나리오이니 ㅎ 일단 제 맘대로~~  그래도 약은 약사에게!!)

실제로 베타차단제는 속칭 “면접약”으로 일반 사람들도 애용?하는 것 같습니다 ㅎ

그래도 그녀는 진정한 뮤지컬 여제

위키드 공연 난조 이후,  제 개인적인 관심사는 그 후 그녀의 첫 무대였습니다.  앞서 설명한 두려움에 의한 위협반응이 혹시나 큰 트라우마를 남겨서 추후의 그녀의 퍼포먼스에 혹여나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그녀의 짬바라면 그 정도 일은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나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퍼포먼스에서 실패한 경험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퍼포먼스에서 다시 성공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그녀의 무대가 매우 기대되었습니다.  부산에서의 시련 후의 첫 무대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는 데, 그녀가 선곡한 곡이 아니다 다를까 바로 뮤지컬 위키드의 “Defying Gravity” 였습니다.  

짬바에서 나오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선곡이었고, 역시나 보란듯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역시 잘하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공연에서 난조를 경험한 것이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어서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가수들도 있지만 뮤지컬의 여제로 불리는 그녀는 역시 그런 우려와 걱정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뮤지컬 작품들에서 특별한 난조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난조를 보였던 위키드 공연은, 위협적인 환경에서 노래해야 하는 상황때문에 그녀의 뇌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퍼포먼스의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실력과 경력을 떠나서 우리 뇌가 가진 기능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난조가 노래하는 사람은 물론 훈련을 설계하는 코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상, JOE의 시나리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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